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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1호 논란'에 KFA 공식입장... "핵심 내용 공개하고 개선책 마련"

대한축구협회(KFA)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있었던 ‘2701호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했다. 협회는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이에 대한 공식적 언급을 자제했다. 개인의 감정을 협회가 정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문제에 대해 보도가 나와 팩트와 거짓이 뒤섞여 혼란을 주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전했다.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이 이끌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대회에서 역대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손흥민(토트넘) 측에서 고용한 개인 트레이너 안덕수 씨가 개인 SNS(소셜미디어)에 KFA를 비난하는 폭로 글을 올리며 논란이 커졌다. 안 트레이너는 선수들과 같은 숙소에 머물며 몸 관리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안 트레이너는 “(대표팀의 숙소와 같은 호텔에 위치한) 2701호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2701호가 왜 생겼는지 기자님들이 연락을 주시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축구팀에 2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폭로했다.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다음은 협회의 공식 임장문이다.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했던 우리 축구대표팀의 의무 트레이너 문제와 관련해 최근까지 많은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개인 의무 트레이너로, 카타르 현지에 와서 일부 대표선수들을 대상으로 치료 활동을 했던 안덕수 씨가 개인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습니다. 뚜렷한 사유와 내용을 설명하지도 않은채 SNS에 쏟아낸 개인의 감정을 협회가 정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선수단의 노고를 격려하는 경사스런 분위기에서, 자칫 예민할 수 있는 이 문제를 섣불리 언급할 경우, 협회가 나서서 분위기를 깨뜨린다는 오해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대표선수들, 그리고 의무진을 포함한 지원 스태프들에게 다시 한번 아픈 기억을 되살려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여겼습니다. 아울러 안덕수 씨가 “기자들의 취재를 기다린다”고 SNS에 적었기에, 당사자가 직접 언론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면, 적극 해명을 하자는 것이 협회의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도 아닌 ‘측근’이나 익명의 관계자를 빌려 계속 이 문제에 대해 보도가 나오고, 팩트와 거짓이 뒤섞여 혼란을 주는 일이 되풀이되어 왔습니다.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으니 협회가 명확한 사실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 됐습니다.이 문제를 계속 수면 아래로 둔 상태에서 협회 내부적으로만 수습하고자 할 경우, 오는 3월로 예정된 대표팀 소집때 비슷한 오해와 언론 보도가 다시 나올수 있다는 우려도 생겼습니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는 이제는 핵심 내용을 공개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이에 아래와 같이 주요 과정과 협회 입장을 밝히오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1. 각급 축구 대표팀의 의무 인력 보강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21년 11월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 트레이너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동시에 이 무렵 일부 대표선수들은 손흥민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는 안덕수 씨가 협회 의무 스태프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협회에 요청을 했습니다.이에 대해 협회는 해당 선수들을 통해 “안덕수 씨가 원한다면 정식으로 지원을 해달라”고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안덕수 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2. 2022년 6월쯤 일부 대표 선수들이 안덕수 씨가 협회 의무 스태프로 일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다시 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모집 공고때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故 최숙현 선수(트라이애슬론) 사망 사건 이후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이 일할 수 있으므로, 자격증을 갖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수들을 통해 안덕수 씨가 갖고 있는 자격증은 ‘기본응급 처치사’와 ‘스포츠현장 트레이너’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협회가 인정하는 의무 스태프 자격증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협회가 인정하는 자격증은 물리치료사, 건강운동관리사, 선수 트레이너(Athletic Trainer), 운동처방사입니다. 이 4개중 최소 하나만 있으면 협회의 정식 의무 스태프로 일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의 보유 여부가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2022년 3월 연령별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 모집 때는 국가공인자격인 물리치료사와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 보유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3. 손흥민 선수가 카타르 월드컵 참가를 위해 현지에 도착하면서 안덕수 씨를 개인 트레이너로 동행해 왔습니다. 안덕수 씨 외 다른 2명의 개인 트레이너도 함께 현지에 왔습니다. 협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손흥민 선수 외에도 희망하는 선수들이 있을 경우, 안덕수 씨를 포함한 3명의 외부 트레이너로부터 치료를 받는 것을 수용했습니다. 선수 관리에 일부 혼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원한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4. 안덕수 씨는 치료와 숙박에 필요한 호텔룸을 직접 예약했습니다. 이 방은 선수단과 같은 호텔에 있었지만, 선수들이 묵는 층과 다르고 동선도 구분돼 있었습니다.숙식 비용도 대한축구협회가 따로 지원한 것은 없습니다.카타르 체류 기간에 전체 선수들 중 10여명 정도가 안덕수 씨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중에는 협회 의무 트레이너의 치료도 함께 번갈아 가며 받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5.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둔 11월 22일, 일부 선수들이 협회의 대표팀 책임자를 찾아왔습니다. 선수들의 요구는 현장에 와 있는 협회 의무팀장 A씨의 업무 배제와 귀국 조치였습니다. 안덕수 씨를 협회 의무 스태프에 포함해 주지 않는 것을 항의하면서, A의무팀장이 안덕수 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선수들은 또 “안덕수 씨가 자격증이 없어서 의무 스태프로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자라든가, 다른 직책으로 등록해 놓고 의무 활동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아울러 선수들은 “현지에 와 있는 5명의 협회 의무 스태프 중 1명이 관련 자격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협회가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협회는 거짓말을 한 것이고, 안덕수 씨를 고의로 배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6. 그러나 일부 선수들의 주장과 달리, A의무팀장이 안덕수 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한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 안덕수 씨가 애초에 지원도 하지 않았고, 자격증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으므로 협회가 판단하여 고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아무리 선수들이 원한다 하더라도 모집 공고에 응시하지도 않은 무자격자를 협회가 고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대회에서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고 싶은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 선수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는 안덕수 씨가 월드컵 기간중 별도의 공간에서 선수들의 치료를 위해 애쓴 것은 협회도 충분히 인정합니다.하지만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협회가 의무 스태프를 장비 담당자로 직책을 조작하면서까지 불법을 묵인하고 조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7. 자격증이 없다고 선수들이 지목한 협회 의무 스태프 B씨는 지난 2008년부터 14년째 협회에서 일해오고 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운동사’ 자격증만을 갖고 있으므로 의무 스태프에 필요한 자격증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B씨와 안덕수 씨는 경우가 다릅니다. 협회가 B씨와 2년 재계약을 맺은 것은 2020년이었습니다. 이 때는 정부의 관련 법령이 시행되지 않았고(2021년 2월부터 시행), 협회가 해당 법령이 추진된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던 때였습니다.계약을 맺은 이후에 정부의 자격증 조건이 새로 시행되었으므로, 이를 이유로 소급해서 당사자와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계약이 종료되는 2022년 12월까지 국가공인자격(물리치료사 또는 건강운동관리사)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은 할수 없다고 B씨에게 통지했습니다. B씨는 지난 12월 물리치료사 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8. 협회는 앞서 말한 일부 선수들의 요구에 대해 내부 논의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무 스태프를 포함해 현지에 파견된 협회 지원 인력 상당수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A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한다면 우리도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협회는 A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A 의무팀장에게 치료 활동은 중단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A의무팀장이 선수들을 계속 치료하는 것은 당사자나 선수들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협회는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고, 선수들도 동의해 이 문제는 일단락됐습니다. 9. 일부 선수의 부상 상태에 따른 혼선도 발생했습니다. 훈련과 경기후에 통증을 호소한 선수를 현지 FIFA 공식 지정병원에 데려가 MRI 촬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촬영 결과에 대해 현지 전문의와 협회가 파견한 대표팀 닥터진이 소견을 같이하고 이를 선수에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안덕수 씨는 이와 다른 의견을 선수들에게 전달했고, 이 때문에 선수들이 혼란스러워 했습니다.이 사건 이후 안덕수 씨는 자신의 SNS에 대표팀 닥터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10. 이상이 카타르 월드컵 기간중 발생한 사건의 핵심 내용입니다.대한축구협회는 안덕수 씨가 개인 SNS를 통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협회와 의무 스태프를 공개 비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선수들의 신뢰를 받은 안덕수 씨가 선수들을 위해 수고했다는 사실은 협회도 잘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실력 여부를 떠나 어찌됐든 법적으로 비의료인인 안덕수 씨가 국내 최고 수준을 인정받는 전문 의료진의 판단 영역에 대해 반대 의견을 선수들에게 주입한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무진에 대해 불신을 초래하고, 선수와 팀에 큰 혼란을 주었습니다. 11. 대한축구협회도 미흡한 점이 일부 있었습니다. 대표팀의 핵심 구성원인 선수들이 오랫동안 요청한 사항이라면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습니다. 안덕수 씨가 자격증이 없으므로 공식 채용은 할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선수들의 몸을 케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선수들이 어떠한 케어를 받고 있는지 더 정확히 모니터링해야 했습니다.또 선수들이 현재의 협회 의무 트레이너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심도있는 고민을 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12. 선수들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앞서 말한대로 현지에서 발생한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엄청난 각오와 의지로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런 헌신과 노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합법적인 채용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태도는 온당치 못했습니다. 또 극히 일부이긴 해도 의무 스태프와 협회 직원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월드컵에서 성과를 거두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감정이 격앙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하고 대표선수의 품위를 지키는 자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중요합니다.13. 이제 중요한 것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을 잡는데 달려 있습니다. 선수가 최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선수들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 상태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더욱 늘어나리라 예상됩니다.대한축구협회는 협회 공식 의무 스태프와 개인 의무 트레이너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개인 트레이너의 동행이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협력 관계를 조성할지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자 합니다. 의무 트레이너의 능력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연구하겠습니다.우리보다 이런 상황을 일찍 경험했을 다른 축구 선진국의 사례도 현재 조사 중에 있습니다. 협회 의무분과위원들의 전문적인 조언도 듣고, 선수들의 의견도 청취할 것입니다. 새로 부임할 대표팀 감독의 생각도 중요한만큼 상의해서 최종적인 방침을 결정하겠습니다.늦어도 3월초까지는 협회 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정하고, 대표팀이 새로 소집되는 3월말에는 확정된 방침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14. 대표팀 내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협회가 굳이 들추어내서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덮어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서로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면서, 향후에는 재발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어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희 협회는 판단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하여 축구인, 축구팬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대표팀 운영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대표팀 구성원들이 더 화합하고,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한층 단단하고 강력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되도록 대한축구협회는 노력하겠습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1.10 12:01
축구

'성폭력-학폭 이슈'에 2021 K리그, 자취를 감추다

2021시즌 K리그. K리그 역사에서 이토록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시즌이 있었던가. K리그가 지금 쉴 새 없이 터지는 성폭력-학폭 이슈에 맥을 못추고 있다. 시즌 개막 직전 기성용(FC 서울) 성폭력 의혹 사건이 터졌다. 초등학교 시절 기성용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폭로자들이 등장했고, 이 논란은 K리그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다음 주자는 백승호(전북 현대) 합의서 논란이었다. 유스 시절 지원을 해준 수원 삼성을 외면하고 전북과 접촉해 결국 전북 입단에 성공한 백승호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중간에 전남 드래곤즈 유스 출신으로 서울 유니폼을 입은 박정빈 합의서 논란도 있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리그2(2부리그) 안산 그리너스는 금지 약물과 음주 운전 논란을 일으킨 강수일을 영입했다. 충남 아산은 일본에서 데이트 폭력으로 방출됐던 료헤이를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대구 FC에서 성폭력 의혹 사태가 터졌다. 3년 전 대구 선수단 내에서 선배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리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성폭력 논란 앞에 서야 했다. 대구 구단은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인지하고 이른 시간 내 사실관계 규명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왜 유독 이런 사건들이 많이 터지는 것일까. 기성용과 대구의 성폭력 사건은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법적인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건 최근 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로 촉발된 한국 스포츠계의 학폭 고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기성용과 대구 구단 사건은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언급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큰 틀로 봤을 때 K리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스포츠계 전체의 문제다. 이재영-이다영 사례를 포함해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최숙현과 심석희 사례처럼 한국 스포츠계 내부에서 오랜 기간 잘못된 인식과 환경이 존재했다. 고질적 병폐였다. 20년 전에는 그냥 묻혀버릴 수 있었던 사건들이 지금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제 스포츠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도덕적 흠결을 가진 선수들을 받아들인 구단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한준희 위원은 "앞선 폭력 사례들과는 다른 유형의 문제다. 스포츠계에서는 특히 강한 성적 지상주의, 메달 지상주의, 진학 지상주의, 우승 지상주의 등 이런 지상주의가 모든 명분들을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깥 세상의 법, 바깥 세상의 상식, 바깥 세상의 윤리를 스포츠계 안에서도 맞춰가야 하는 세상이다. 바깥 세상과 다른 문화다. 이제 잘못된 문화와 이별할 때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2021.04.09 06:00
스포츠일반

학폭 피해자 왜 ‘포털 익명게시판’에 몰렸나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 다영 자매와 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은 ‘학폭’(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코트를 떠났다. 시작은 피해자의 폭로였는데, 이들이 피해를 공개한 통로는 정부기관의 신고센터가 아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그중에서도 ‘네이트판’이었다. ‘네이트판’은 2006년부터 포털 네이트가 운영 중인 인터넷 커뮤니티다. 누구나 익명으로 고민이나 사회 문제 등 다양한 글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을 표시할 수도 있고, 관련 토론도 진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곳이 ‘학폭 폭로의 장’으로 떠올랐다. 스포츠계 인권 보호와 비리 근절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있다. 고 최숙현 철인 3종 경기 선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8월 출범했다. 이곳에도 신고가 접수되기는 했다. 18일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접수된 신고·상담 건수는 338건이었다. 가장 많은 분야는 폭력이었고, 신고·상담자로는 가족과 체육계 관계인이 많았다. 센터는 신고 접수 후 조사를 거쳐 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요구 ▶수사기관 고발 ▶피해자 구제 조치 ▶환경 개선 권고 등의 조처를 한다. 지금까지 처리한 사건은 25건. 그 가운데 징계 결정까지 내려진 건 3건이다. 문제는 신고 후 심의위를 거치는 처리 과정이 더디다는 점이다. 한 올림픽 구기 종목 A선수는 “최근 스포츠윤리센터에 부정 관련 사안을 신고했다. 하지만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헌일 청주대 체육학과 교수는 “피해자는 당장 탈출이 시급할 텐데, 신고 후에도 계속 단계를 밟아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또 다른 관계 기관과 공조 시스템이 잘 이뤄지는지도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는 폭로 창구로 정부 기관 대신 ‘네이트판’으로 몰렸다. 특히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폭로에 따른 파급력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게다가 익명 게시판을 채택하고 있어 신원이 드러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박선웅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문제가 반복돼도 ‘꼬리 자르기’만 하는 모습에, 스포츠계의 신뢰가 사라졌다. 글을 올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많은 이가 알게 되기를 원할 거다. 또한 보복을 우려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블라인드 형태의 폭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예산은 연간 53억1200만원이며, 인원은 이사장 등 27명이다. 조사 인력은 팀장 3명과 조사관 7명이며, 건당 수당을 받는 비정규직 전문 조사위원이 11명이다. 업무가 과중한 점도 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센터 이숙진 이사장과 노동조합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체육 철학자 김정효 서울대 외래교수는 “사건이 터지면 ‘기구’부터 만들 뿐, 구조적인 시스템 문제는 짚어보지 않는다. 사실 ‘스포츠윤리센터’보다 ‘스포츠윤리교육센터’를 먼저 만들었어야 했다"며 “코로나19임시선별소처럼, 사건이 터진 뒤 피해자가 신고하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우 조병규의 '학폭' 의혹을 제기한 16일 네이트판 글이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익명에 기댄 허위고발로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김정호 교수는 “물론 허위고발은 객관적 조사를 거쳐 조처를 해야 한다. 그래도 먼저 피해자 중심으로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측은 “센터 출범 7개월 만에 성과를 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아직 홍보가 덜 된 측면도 있다”며 “신고 대표전화가 1670-2876이니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체육계 가혹행위 관련 대한체육회의 추진방향’ 답변서에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대해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체육회는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도 적절한 징벌 및 규제 이후 반성하고 교화하여 사회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숱한 체육계 폭력에도 대한체육회의 안일한 인식은 여전하고, 개선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가해자의 권리 보호는 가해자가 제때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박린·남수현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2.19 08:17
스포츠일반

[김식의 엔드게임] '슈퍼 쌍둥이' 뒤로 숨은 건 누구인가

어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했다. 몰랐다. 죄송하다. 여자 프로배구 간판 스타였던 '슈퍼 쌍둥이' 이재영·이다영(25·흥국생명)이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학폭)'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있고 난 뒤였다. 다수의 피해자가 21가지로 상술한 학폭 내용은 참혹했다. 10여년 전, 그러니까 이재영·이다영이 미성년 시절의 일이다. 그때도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였다. 그들이 가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거나 이해받을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쌍둥이의 폭력은 둘만의 힘으로 가해질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 주위에는 부모가 있었고, 교사가 있었다. 지도자라고 부르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침묵했다. 폭력을 조장했거나 최소한 방관했다. 그런데도 학폭이 있었다는 걸 하나같이 몰랐다고 했고, 그걸 사과했다. 가까이에서 벌어진 폭력을 인지하지 못한 걸 자책(하는 척)했다. 쌍둥이의 중학교 시절 배구부 감독은 17일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운동 끝나고 나선, 기숙사가 2층이니까. 거기서 일어난 건 저는 잘 모르죠. 여자 아이들이다 보니까 제가 거길 올라갈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기시감이 든다. 쌍둥이의 아버지 이주형 익산시청 육상팀 감독은 하루 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전혀 몰랐던 일이 갑자기 터지니 '멘붕'이 왔다. 쌍둥이가 중학교 때 선생님(코치)이 배구부의 숙소를 총괄했다. 그 선생님이 워낙 강인한 분이라 그걸(학교 폭력) 감췄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이주형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해본 내가 (학폭을 알았다면 쌍둥이를) 가만 안 놔뒀을 것이다. 운동 잘한다고 까불면 안 된다.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사과했다. 지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로 글이 올라온 뒤 이재영·이다영은 즉각 사과문을 올렸다. 배구 팬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느끼는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무작위로 올라오는 '추가 폭로' 탓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일을 많이 겪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최숙현이 지도자와 동료들의 폭언·폭행·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지난해 6월이었다. 가해 시점은 쌍둥이의 학폭이 먼저이지만, 사건 후 벌어지는 일들은 거의 똑같다. 고(故) 최숙현과 학폭 피해자들은 가까운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가해자를 두려워했다.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들어준 건 여론이었다. 다시 말하면, 여론이 들끓지 않으면 폭력 피해자가 하소연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최숙현은 죽음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알렸다. 그가 숨진 뒤 가해자들은 한동안 억울하다고 맞섰다. 전 국민이 주목하고 사실관계가 밝혀진 뒤에야 끔찍한 가해 사실이 드러났다. 학폭의 피해는 가해자가 '슈퍼 쌍둥이'였기에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재영·이다영은 육상선수 출신 아버지와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김경희씨)로부터 운동 능력을 물려받았다. 특히 김경희 씨는 1988 서울올림픽 배구 세터 출신으로 배구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뛰어난 재능'과 '든든한 배경'을 가진 자매가 또래에게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우린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실력이 권력이 되고, 권력이 실력을 더 강화했으며, 결국 폭력으로 번졌다. '슈퍼 쌍둥이' 학폭은 이 시대의 폭력성을 잔인하게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공정·인권 감수성을 건드렸다. 보통의 경우, 평범한 상대라면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도 어렵다. 어른들의 무심과 방관 때문이다. 지금도 여럿이 이런 일을 겪고 있을 것이다. 2010년 11월 흥국생명에 입단했던 김유리(현 GS칼텍스)는 선배의 심한 괴롭힘에 스무 살에 은퇴했다. 이후 4년 뒤 다른 팀에 입단해 지금까지 뛰고 있다. 학교가 아닌 프로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학폭 폭로 후 흥국생명은 "두 선수의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과도한 관심 때문에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재영·이다영 외에) 남은 선수들이 더는 다른 요인으로 방해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읍소했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경기력과 우승이 중요했다. 소속팀 선수로 인해 세상이 뒤집어졌는데, 어른들은 코트만 바라보고 있다. 죄송하지만, 몰랐단다. 어른을 믿기 어렵다. 결국 시스템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19일) 시행되는 일명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2차 개정안)'은 ▶체육인에게 인권침해·비리 즉시 신고 의무 부과, 신고자·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 ▶직권조사 권한 명시, 조사 방해·거부 시 징계 요구 등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권 강화 ▶가해자에 대한 제재 및 체육계 복귀 제한 강화 ▶상시적 인권침해 감시 확대 및 체육지도자 등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 ▶체육계 표준계약서 도입 및 실업팀 근로감독·운영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체육계 폭력은 관련법이 없어 벌어진 게 아니다. 지금도 스포츠윤리센터라는 신고기관이 있지만, 피해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호소했다. 과거에도 다른 이름의 기관과 법이 있었다. 다만 어른들의 의지가 부족했던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첫 행보로 17일 스포츠윤리센터를 찾아 이진숙 이사장 등을 격려했다. 황희 장관은 "스포츠윤리센터가 (폭력 예방에) 선제적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법과 제도 등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권력자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통령도 여러 번 당부한 일이 관련 법을 강화하고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는 할 말이 없다. 시민이 준 힘을 제대로, 제때 사용하지 못한다면 권력자들도 쌍둥이 뒤에 숨는 어른과 다를 게 없다. 김식 스포츠팀장 2021.02.19 06:00
스포츠일반

학폭 피해자는 왜 '포털 익명게시판'에 몰려갔나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 다영 자매와 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은 ‘학폭’(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코트를 떠났다. 발단은 피해자의 폭로였는데, 이들이 피해를 공개한 통로는 정부기관의 신고센터가 아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그 중에서도 ‘네이트판’이었다. ‘네이트판’은 2006년부터 포털 네이트가 운영 중인 인터넷 커뮤니티다. 누구나 익명으로 고민이나 사회 문제 등 다양한 글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을 표시할 수도 있고, 관련 토론도 진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곳이 ‘학폭 폭로의 장’으로 떠올랐다. 스포츠계 인권 보호와 비리 근절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있다. 고 최숙현 철인 3종 경기 선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8월 출범했다. 이곳에도 신고가 접수되기는 했다. 18일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접수된 신고·상담 건수는 338건이었다. 가장 많은 분야는 폭력이었고, 신고·상담자로는 가족과 체육계 관계인이 많았다. 센터는 신고 접수 후 조사를 거쳐 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요구 ▶수사기관 고발 ▶피해자 구제 조치 ▶환경 개선 권고 등의 조처를 한다. 지금까지 처리한 사건은 25건. 그 가운데 징계 결정까지 내려진 건 3건이다. 문제는 신고 후 심의위를 거치는 처리 과정이 더디다는 점이다. 한 올림픽 구기 종목A선수는 “최근 스포츠윤리센터에 부정 관련 사안을 신고했다. 하지만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헌일 청주대 체육학과 교수는 “피해자는 당장 탈출이 시급할 텐데, 신고 후에도 계속 단계를 밟아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또 다른 관계 기관과 공조 시스템이 잘 이뤄지는지도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는 폭로 창구로 정부 기관 대신 ‘네이트판’으로 몰렸다. 특히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폭로에 따른 파급력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게다가 익명 게시판을 채택하고 있어 신원이 드러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박선웅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문제가 반복돼도 ‘꼬리 자르기’만 하는 모습에, 스포츠계의 신뢰가 사라졌다. 글을 올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많은 이가 알게 되기를 원할 거다. 또한 보복을 우려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블라인드 형태의 폭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예산은 연간 53억1200만원이며, 인원은 이사장 등 27명이다. 조사 인력은 팀장 3명과 조사관 7명이며, 건당 수당을 받는 비정규직 전문 조사위원이 11명이다. 업무가 과중한 점도 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센터 이숙진 이사장과 노동조합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체육 철학자 김정효 서울대 외래교수는 “사건이 터지면 ‘기구’부터 만들 뿐, 구조적인 시스템 문제는 짚어보지 않는다. 사실 ‘스포츠윤리센터’보다 ‘스포츠윤리교육센터’를 먼저 만들었어야 했다"며 “코로나19임시선별소처럼, 사건이 터진 뒤 피해자가 신고하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우 조병규의 ‘학폭’ 의혹을 제기한 16일 네이트판 글이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익명에 기댄 허위고발로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김정호 교수는 “물론 허위고발은 객관적 조사를 거쳐 조처를 해야 한다. 그래도 먼저 피해자 중심으로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측은 “센터 출범 7개월 만에 성과를 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아직 홍보가 덜 된 측면도 있다”며 “신고 대표전화가 1670-2876이니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2.18 17:53
스포츠일반

'고 최숙현 가해자' 김규봉 감독 징역 7년 선고

지도자와 동료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트라이애슬론 선수 최숙현과 관련해 가해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7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42) 감독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선수단 내에서 최숙현의 가혹행위를 주도한 주장 장윤정(32)과 김도환(26)에겐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감독과 장윤정에게는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수강과 5년 간 아동 관련 취업제한 조치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팀 내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장기간 폭언과 폭행, 가혹행위를 했다. 가장 큰 피해자인 최숙현 선수는 고통에 시달리다 22살의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서 “피고인들이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최 선수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했고, 비인간적 대우로 인해 피해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해야 할지 회의감마저 느끼게 했다. 다만, 수사 초기 단계 범행을 부인하던 피고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과 선수 두 명은 최숙현을 포함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상습특수상해)하고, 선수들끼리 폭행하도록 지시하고 강요(상습특수상해교사ㆍ아동복지법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을 받아왔다. 김 감독은 이와 별도로 해외 전지훈련에 앞서 선수들에게 항공료를 별도로 받아 챙긴 혐의(사기)와 선수단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최숙현 부친은 ”형을 가장 무겁게 받아야 할 김 감독에게 검찰 구형(징역9년)보다 2년이 줄어든 형량이 선고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선수단 내에서 ‘팀 닥터’로 불리며 선수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일부 여성 선수들을 유사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는 대구지법 형사11부(김상윤 부장판사)로부터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안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2021.01.29 11:49
스포츠일반

고 최숙현 가혹행위 가해자에 중형 선고

지도자와 동료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트라이애슬론 선수 최숙현과 관련해 가해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7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42) 감독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선수단 내에서 최숙현의 가혹행위를 주도한 주장 장윤정(32)과 김도환(26)에겐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감독과 장윤정에게는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수강과 5년 간 아동 관련 취업제한 조치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팀 내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장기간 폭언과 폭행, 가혹행위를 했다. 가장 큰 피해자인 최숙현 선수는 고통에 시달리다 22살의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서 “피고인들이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최 선수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했고, 비인간적 대우로 인해 피해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해야 할지 회의감마저 느끼게 했다. 다만, 수사 초기 단계 범행을 부인하던 피고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과 선수 두 명은 최숙현을 포함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상습특수상해)하고, 선수들끼리 폭행하도록 지시하고 강요(상습특수상해교사ㆍ아동복지법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을 받아왔다. 김 감독은 이와 별도로 해외 전지훈련에 앞서 선수들에게 항공료를 별도로 받아 챙긴 혐의(사기)와 선수단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최숙현 부친은 ”형을 가장 무겁게 받아야 할 김 감독에게 검찰 구형(징역9년)보다 2년이 줄어든 형량이 선고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선수단 내에서 ‘팀 닥터’로 불리며 선수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일부 여성 선수들을 유사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는 대구지법 형사11부(김상윤 부장판사)로부터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안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1.01.29 11:48
경제

"성추행·폭행, 최숙현 극단선택으로 몰았다" 팀닥터 징역8년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팀 소속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팀닥터(운동처방사)’ 안주현(46)씨에게 법원이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김상윤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이와 함께 벌금 1000만원과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7년간 신상 정보 공개, 청소년 교육기관 등 관련 기관 7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다만 전자 장치 부착은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팀닥터’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훈련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선수들에게 폭행과 구타, 성추행 등을 했다”며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 계기가 됐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또 “의사가 아닌데도 의료 행위를 하고 선수들에게 마사지 또는 근육을 풀어준다고 하면서 신체 부위를 만지고 볼에 입을 맞추는 등 9명을 추행·유사강간했다”고 했다. 재판 직후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의 형량 판단이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에게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며 가족들은 수년간 엄청난 고통을 받았는데도 초범이라는 이유로 이 정도 형량이 나온 것이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숙현이가 이 세상을 등진 이유 중 하나가 운동 선수들에 대한 가혹행위를 (고발하기 위해) 몸으로 표시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최숙현법도 통과됐고 스포츠윤리센터도 생겼으니 앞으로 절대 스포츠인들이 인권이 유린되거나 가혹행위가 자행되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앞서 안씨는 유사강간, 강제추행, 사기, 폭행,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선수가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녹음한 녹취록에는 안씨가 최 선수를 수 차례 폭행하는 정황이 담겨 있다. 지난달 16일 검찰은 안씨에 대해 징역 10년형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신상 정보 공개, 취업 제한, 위치 추적 장치 부착 등 처분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안씨와 함께 최 선수를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규봉(43) 감독과 장윤정(32) 선수, 김도환(26) 선수 등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김 감독에게 징역 9년, 장 선수와 김 선수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대구=김정석 기자kim.jungseok@joongang.co.kr 2021.01.22 11:13
스포츠일반

[김희선의 컷인]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난타전을 기억하라

'난타전을 기억하라.' '반(反) 이기흥'이라는 저지선을 넘어 연임에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한국 스포츠가 전하는 메시지다. 기호 3번으로 출마한 이기흥 회장은 18일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투표 수 1974표 중 915표를 획득, 46.3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대한체육회는 앞으로 4년 더 '이기흥 체제'로 간다. 이기흥 후보 다음으로 기호 4번 강신욱 후보가 507표(25.7%)를 받았다. 기호 1번 이종걸 후보(423표·21.4%), 기호 2번 유준상 후보(129표·6.5%)가 뒤를 이었다. 전체 선거인단 2170명 중 1974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90.97%에 이르렀다. 4년 전 선거 때 기록한 63.49%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기흥 회장의 당선은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직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에 대항한 '반 이기흥' 세력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개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기흥 회장은 2위를 기록한 강신욱 후보와 400표 이상 차이를 벌려 '압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강신욱 후보와 이종걸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현직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표 인원의 53.6%가 이기흥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기흥 회장이 지난 4년간 대한체육회장으로서 이룬 성과 못지않게 부족했던 부분들 역시 두드러졌다. 그만큼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들이 많았다는 선거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이번 선거는 후보 간의 도를 넘는 비난과 인신공격, 맞고소 등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됐다. 근거 없는 비난들은 차치하더라도, 정책과 공약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대한체육회의 비전에 대한 지적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구타 사건,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 이기흥 회장 재임 동안 반복된 스포츠 인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절반을 넘은 '반 이기흥' 표심이 보여준 강력한 메시지다. 이기흥 회장도 체육인 교육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체육인 인성 교육을 다음 임기의 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스포츠 인권 존중을 위한 공약 실천에 힘을 쏟아야 한다. 폭로와 비난으로 얼룩진 선거는 체육계를 분열시켰다. 이를 빠르게 봉합하는 것도 이기흥 회장의 과제다. 진흙탕 싸움이 남긴 후폭풍을 정리하고,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 체육의 100년은 오늘부터 시작됐다"는 이기흥 회장의 당선 소감처럼, 한국 체육의 백년대계를 마련해야 한다. 체육회 정관에 따라 직무 정지 상태로 선거를 치렀던 이기흥 회장은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고 체육회 업무에 복귀한다. 선거는 끝났고, 그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1.01.20 06:00
스포츠일반

후보만 최소 6명, '체육 대통령' 선거 시작

체육계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국 체육 최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수장을 뽑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다음 주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1월 18일 실시하는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오는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후보 등록을 받는다. 선거 운동 기간은 30일부터 선거 전날인 내년 1월 17일까지이며, 투표는 대한체육회 대의원, 회원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2180명의 선거인단이 진행한다. 대한체육회는 24일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고, 28일까지 명부 열람을 마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장은 '체육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별명이 붙을 만큼 중요한 자리다. 연간 예산 4000억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가는 기관의 수장인 만큼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41대 대한체육회장의 책임과 그 중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 4년 전 기존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합쳐져 통합 체육회로 탄생한 이후 조직이 더욱 커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시대적 위기를 헤쳐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체육회를 이끌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하고,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드러난 스포츠 인권 문제에 대한 부분도 보듬어야 한다. 이처럼 책임이 무거운 자리지만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기흥(65) 현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보만 벌써 6명이다. 출마를 선언한 인물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4선 국회의원 출신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 회장, 장영달(72) 우석대 명예총장에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44)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집행위원, 강신욱(65) 단국대 교수,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장 등이 출사표를 냈다. 여기에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인물들도 가세할 수 있다. 후보가 많아질수록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다자간 대결은 이기흥 현 회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체육계에선 이기흥 회장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기흥 회장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비롯해 진천선수촌 시대 개막, 체육회 예산 증액, 민선 시·도회장 선출 등 회장 임기 동안 보여준 성과도 있다. 조재범 코치 폭행 사건과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 스포츠 인권에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지만, 현재로선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들도 이번 선거를 이기흥 대 반(反) 이기흥 구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대 세력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기흥 회장을 제외한 5명의 후보는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기흥 회장과 맞붙을 단일화 후보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체육계 내에서도 각 단체나 종목별로 지지하는 후보가 모두 다른 만큼 매끄럽게 단일화를 이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후보 단일화의 또 다른 변수는 장영달 명예총장의 출마 자격 논란이다. 장영달 명예총장은 대통령 선거 당시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2019년 대법원의 500만원 벌금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체육회장 선거 출마 자격에도 논란이 일었다. 이번 선거를 위탁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29일 장영달 명예총장의 출마 자격과 관련한 유권 해석을 어떻게 내리느냐도 후보 단일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영달 명예총장은 이에 대해 "내 출마 자격에 문제가 없으며,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가 이미 유권 해석을 마쳤다. 한 번 내린 유권 해석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12.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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